의료민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윤석열 대통령당선인이 의료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으나, 반대 진영에서는 ‘기우’라는 입장이다.

의료민영화 논란은 대통령 선거 전부터 일부 커뮤니티에서 제기됐다.

윤석열 대통령당선인이 직접적으로 공약에 의료민영화를 추진한다고 밝히지 않았어도 영리병원 찬성 및 원격의료 확대 공약 등 의료 영리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윤 후보는 영리병원에 사실상 찬성하고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며 네거티브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희룡 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트위터에서 “이재명 후보 쪽에서 윤석열 후보가 의료민영화를 공약했다는 가짜뉴스 돌리고 있다”며 “윤석열 후보는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건강보험 공공정책수가 도입으로 중증질환, 공공의료 기능을 확대한다”고 반박했다.

그런데도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원희룡 후보자가 제주도 지사로 일하던 2018년 국내 첫 영리병원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원희룡 선대본 정책본부장이 15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이 키운 윤석열' 출정식에 참석했다. / 남기두 기자 
영리병원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5일 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 조건으로 내건 ‘내국인 진료 제한’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앞서 지난 1월 대법원은 녹지병원에 대한 제주도의 개설 허가 취소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녹지병원이 병원 문을 열면 내국인‧외국인 구분 없이 환자를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녹지병원측은 병원 건물과 부지를 제3자에게 매각한 상태라 당장 문을 열기는 불가능할 수 있으나 재추진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정부는 법에 따라 2015년 투자병원 사업 계획을 승인한 것이고, 병원 운영과 관련한 세부 사항은 제주도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시민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법원의 판단은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이라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이어질 감염병 사태에 대한 대처를 위해 공공의료의 확충이 필수불가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민영화에 대해서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먼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해서 모든 의료기관은 당연히 국가가 운영하는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료기관으로 강제적으로 지정되는 제도이다.

병원들은 ‘건강보험 수가’대로 의료비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의료민영화는 병원이 마음대로 수가를 책정해서 비용을 받겠다라고 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당선인 공약 어디에도 의료민영화를 언급한 부분이 없다.

다만 윤 당선인은 국립대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의 분원을 설치하고,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을 이들 병원에 위탁 운영하는 방식으로 지역의 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민간 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나 그렇다해도 이것이 바로 의료민영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만약 이것에 대한 해체 시도가 있다면 엄청난 국민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데 과연 그것이 가능하겠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원격 비대면 진료 추진도 의료 민영화의 시초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재택 치료를 위해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닥터나우’ 애플리케이션의 누적 거래액은 1억 원, 누적 이용 건수는 50만 건을 기록했다.

윤 당선인은 앞서 후보 시절 ‘스타트업 정책 토크’에서 “코로나 때문에 어느 정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상태인데 원격 비대면 진료는 피할 수 없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체된 의료 서비스 산업의 혁신도 앞당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의료 민영화는 ‘동네 병원 죽이기’라는 이유로 의료계는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가 약물 남용이나 의료정보 유출 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비대면 진료가 뉴노멀로 자리잡을 것이기 때문에,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한 상생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새 정부에 영리병원과 의료 민영화 추진이 아니라 공공의료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찾아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인수위는 영리병원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시장 의료를 확대한다는 의료 민영화 공약을 철회하라”고 밝혔다.

또한 공공 의료를 강화하고 공공 병상을 30%까지 확충할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성규 무상의료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많은 시민들이 의료민영화를 걱정하고 있다. 윤석열 인수위는 의료 민영화는 철회하고 공공의료 강화를 국정과제로 발표해야 저항에 부딪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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