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800억 원 규모의 ‘혈우병 치료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혈우병은 응고인자의 결핍에 따른 유전성 출혈 질환으로 약 1만명 당 1명에게 나타난다. 결핍된 응고인자에 따라 혈우병 A형과 B형으로 분류한다. 

국내 혈우병 치료제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곳은 GC녹십자로 환자 유형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혈우병 항체치료제 MG1113의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다. 

JW중외제약은 헴리브라(에미시주맙)로 국내 A형 혈우병 비항체 치료제 시장에서 시장의 강자인 녹십자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헴리브라는 국내 최초 예방요법제로 허가받아 혁신 신약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제품들과 달리 정맥주사가 아닌 피하주사 형태로 투약 편의성을 크게 높였고 항체 환자뿐만 아니라 비항체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

기존 치료제에 내성을 보유한 환자는 항체 환자, 항체가 없는 환자는 비항체 환자로 분류된다. 

JW중외제약 헴리브라가 비항체 중증 A형 혈우병 환자까지 급여가 확대되면서 해당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GC녹십자와의 정면 대결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 JW중외제약 ‘헴리브라’는 어떤 약

헴리브라는 혈액응고 제8인자의 결핍으로 발생하는 A형 혈우병의 일상적 예방요법제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일본 자회사인 주가이제약이 개발했다. 

헴리브라는 혈액응고 제9인자와 제10인자에 동시 결합하는 이중특이항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다.

통상 주 2~3회 정맥주사를 해야 하는 기존 치료제들과 달리 최대 4주 1회 피하주사가 가능해 환자들의 투약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투약 횟수가 줄면서 연간 약가 역시 기존 항체 치료제 기준 1인당 6억~9억 원 수준에서 4억 원 수준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헴리브라는 2017년 최초 품목 허가 이후 100여 개 국가에서 승인을 받아 17% 환자가 투여받는 등 A형 혈우병 시장을 빠르게 석권 중이다.

글로벌데이터는 헴리브라가 2026년 글로벌 혈우병 시장에서 연 5조 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며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JW중외제약은 2017년 헴리브라에 대한 국내 독점 개발 및 판매 권한을 확보, 2019년 1월 국내 시판허가를 얻었다. 2020년 5월 항체 환자를 대상으로 급여 등재에 성공했다. 

JW중외제약는 헴리브라가 항체 환자들에 이어 비항체 환자들에게도 올해 5월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됐다고 밝혔다. 

2019년 혈우재단백서에 따르면 A형 혈우병 환자는 1746명(69.6%), B형 혈우병 환자는 434명(17.3%)이다. A형 혈우병 환자는 항체 환자 78명, 비항체 환자 1589명 등으로 총 1749명이다. 이 중 중증 환자는 1259명(72.1%)이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알티케이뉴스에 “헴리브라는 투약 편의성과 우수한 약효로 혈우병 환자의 삶의 질을 극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혁신 신약”이라며 “급여 기준 신설로 혈우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치료 접근성과 의료진의 약제 선택권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녹십자 “헴리브라 이상 사례 많아” 공방

지난해 기준 A형 혈우병 비항체 시장은 506억 원 규모로 GC녹십자의 ‘애드베이트’가 시장점유율 45%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인 ‘그린모노’와 4위 ‘애디노베이트’도 녹십자가 판매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GC녹십자가 경쟁 제품으로 급부상한 헴리브라의 안전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사실상 견제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논란은 지난 8월 21일 GC녹십자가 JW중외제약의 헴리브라의 이상 사례 보고율이 자사의 8인자 제제 제품군보다 높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GC녹십자가 타사의 제품명까지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 제약 업계 관계자는 “헴리브라가 전세계 혈우병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국내 혈우병 치료제 시장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며 “녹십자가 사실상 경쟁 제품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C녹십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의약품 이상사례보고시스템(FAERS)을 통해 분석한 결과 헴리브라 혈전 이상사례 보고율이 자사 혈우병 치료제와 동일한 형태의 ‘8인자 제제’보다 2.8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GC녹십자는 자사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 헴리브라 투여 후 발생한 이상사례 총 2383건 중 혈전 이상 사례는 97건으로 전체 이상 사례의 4.07%를 차지했으나, 8인자 제제는 1.44%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GC녹십자는 자체개발한 8인자 제제 그린진에프, 그린모노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케다제약과 애드베이트, 애디노베이트 등을 공동 판매하고 있다. 

22일 JW중외제약은 GC녹십자의 이같은 주장에 이상 사례 보고율 계산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즉각 반박했다.

그러자 다시 GC녹십자는 자신들의 해석이 맞다며 JW중외제약의 반박에 재반박하며 공방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JW중외제약은 GC녹십자의 주장이 잘못된 통계 해석에 근거한 분석이라고 맞불을 놨다.

GC녹십자가 발표한 데이터의 출처인 FDA 의약품 이상사례보고시스템은 자발적 이상사례 보고 시스템으로 전체 약제의 이상사례가 모두 수집된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JW중외제약측은 “제품간 이상 반응 발생률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각 제품의 총투여 환자수 대비 이상 사례의 발생 수’가 필요한데 GC녹십자의 발표 내용에는 총투여 환자 수 없이 FDA에 보고된 이상 사례만 있다”고 밝혔다. 헴리브라가 8인자 제제 대비 혈전 이상 사례 보고율이 약 3배 높다는 것은 비약적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안정성을 놓고도 JW중외제약은 “미국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4분기 기준 헴리브라 51%, 8인자 제제 49% 정도로 비슷한 상황에서 전체 이상사례 발생 건수는 8인자 제제가 9324건으로 헴리브라에 비해 3배 이상 많다”고 맞섰다.

이어 “혈전 이상 반응 사례 역시 헴리브라 97건, 8인자 제제 134건으로 8인자 제제의 이상 사례 보고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공방은 국내 혈우병 환자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혈우재단을 통한 치료제 공급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헴리브라는 한국혈우재단의 의약심의위원회 심의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이다. 국내 혈우병 환자 절반 이상이 속한 한국혈우재단은 고 허영섭 GC녹십자 회장이 설립한 곳이다. 

JW중외제약측은 “각 제품의 출시 시점, 작용기전, 보고 기준 등이 다른 점을 고려하지 않고 경쟁사 약을 직접 언급하며 공개적으로 폄하해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혼란을 주는 이같은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GC녹십자측도 입장문을 내고 “다양한 혈우병 신약이 출시되는 가운데, 실제 의료현장에서 안전성을 확립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연구자적 관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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