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가 JW중외제약의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에 대한 의도적 흠집내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이를 둘러싼 난타전이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 정황상 녹십자가 혈우병 치료제 시장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사인 중외제약 공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녹십자는 중외제약의 반박에 "일부 오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보다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나서는 등 장기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녹십자는 지난달 21일 '헴리브라(성분명 에미시주맙) 혈전 이상사례 보고율 8인자 제제보다 2.8배 높았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녹십자가 같은달 17~19일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출혈장애학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밝힌 것이다.

녹십자는 "헴리브라 이상사례 2383건 중 혈전 이상사례는 97건으로 4.07%에 달한다"며 "이에 비해 8인자 제제 이상사례 9324건 중 혈전 이상 사례는 134건으로 1.44%에 불과했다"고 헴리브라의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공개했다.

녹십자,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한국혈우재단 부설의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것이다. 연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이상사례보고시스템에 보고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헴리브라와 8인자 제제의 혈전 부작용 사례를 비교 분석한 것으로 지난 3월 유럽에서 발표된 약물안전성 연구에 대한 확인·검증 차원에서 추진됐다는 게 녹십자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중외제약은 "녹십자가 발표한 데이터의 출처인 FDA 의약품 이상사례보고시스템은 자발적 이상사례 보고 시스템"이라며 "전체 약제의 이상사례가 모두 수집되지는 않아 이상사례의 중복과 보고가 누락된 이상사례 등은 확인할 수 없는 자료"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품 간의 이상반응 발생율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각 제품의 총 투여환자 수 대비 이상사례의 발생 수'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녹십자의 발표 내용에는 총 투여환자 수 없이 FDA에 보고된 이상사례만 있다"고 혼란을 줄 우려도 제기했다.

중외제약은 "현재 미국시장 점유율이 비슷한 상황(헴리브라 51%, 8인자 제제 49%) 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8인자 제제의 전체 이상사례 수는 9324건으로 헴리브라의 2383건에 비해 월등히 높다"며 "특히 같은 데이터에서 조사된 중대한 이상반응은 헴리브라 2383건 중 1545건(64.8%), 8인자제제 9324건 중 7675건(82.3%)으로 8인자 제제의 숫자와 비율 모두 8인자 제제에서 높게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녹십자는 중외제약이 지적한 이상반응 발생률 비교 누락 등 5가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 발표가 특정회사의 제품의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폄하하고자 함이 아니다"며 "다양한 혈우병 신약 출시 속에서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실제 의료현장에서의 안전성을 확립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연구자적 관점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를 지켜보는 업계에서의 반응은 녹십자가 경쟁사의 신약을 의식한 것이 이번 사태로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기관이 녹십자와 허영섭 녹십자 초대회장이 설립한 혈우재단 부설의원이어서 녹십자 측에 유리한 결과를 낼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 혈우재단에서 헴리브라 처방 심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갑자기 이번 연구결과를 발표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단순히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도자료에 타사 제품명과 그 제품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크게 언급하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의 얘기로 보면 된다"며 "시기상 혈우재단 처방 심의에 악영향을 끼쳐 헴리브라 진입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녹십자는 이 같은 의혹을 일축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헴리브라의 초기 임상시험에서 일부 혈전성 부작용이 보고됐지만 시판 후 실제 환경에서의 혈전성 위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하고 특히 8인자 체제와 비교해 그 위험성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은 상황을 주시했다"며 "연구 결과는 혈전성 부작용에 대한 잠재적인 위험을 모니터링하고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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