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개별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더라도 절차적 요건이 충족된다면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1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정도영)는 최근 김모씨 등 40명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당초 2급 이상 근로자의 정년은 60세, 3급 이하 근로자 정년은 58세로 정했었다. 하지만 2013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고 개정됐다.

공단은 인사 규정을 개정해 58세였던 3급 이하 근로자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대신 임금피크제 도입을 결정하고, 공단 내 노조와 임금피크제 운영방안에 관해 협의했다.

공단은 노조와 2015년 10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노사합의를 체결했고, 다음해 1월1일부터 임금피크제 운영 규정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시행했다.

노사합의 당시 김씨 등의 개별적 동의는 없었지만, 기존 보수 규정 등의 적용을 받던 근로자 전체의 과반수로 구성된 노조의 동의가 있었다.

공단에서 1, 2급으로 재직하거나 퇴직한 김씨 등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3급 이하 근로자에게 해당하나 2급 이상 근로자에게만 불이익하다"며 "2급 이상 근로자는 노조 조합원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임금피크제에 관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2급 이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동의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면서 "2급 이상 근로자와 3급 이하 근로자의 임금인상률을 과도하게 달리 결정해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소송을 냈다.

김씨 등은 애초부터 정년이 60세로 정해졌던 1, 2급 근로자들의 동의 없이 동일하게 임금피크제가 시행됐고, 이로 인해 감액된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낸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이 노조 동의를 얻어 개별적 동의가 필요 없고, 절차적 요건도 충족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급 이상 근로자와 3급 이하 근로자는 하나의 근로자 집단에 해당한다"며 "노조 동의를 받은 이상 임금피크제 관련 취업규칙 변경은 김씨 등에 대해 적법한 동의요건을 갖춘 것으로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노사합의는 충분한 협의를 거쳐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노조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에 의한 동의를 얻은 이상 2급 이상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관한 동의 요건이 충족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획재정부는 고령자 근로자 인건비 부담 완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권했고, 공단은 위 권고에 따라 노조와 협의해 임금피크제 운영 규정을 제정·개정했다"며 "그 과정에서 절차적 위반은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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